혜문칼럼

내원암 수호 등반대회를 마치고 - 친일청산

 

 

   지난 9월 25일 일요일 내원암에 오르는 길은 가파르고 힘겨웠다. 그러나 아름다웠다. 바위사이로 펼쳐지는 새파란 물결들이 마음속의 찌꺼기를 씻어주는 것 같았고, 한 걸음 한걸음을 디딜 때마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오는 땀방울들은 몸속에 담긴 노폐물들을 배출해 주는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아름다웠던 것은 나와 함께 어깨를 맞대며 올라가던 사람들의 웃음에 담겨 있던 건강함이었다.

 

 

   어떤 50대의 사나이는 교회에 가야하는 날 , 스님때문에 절에 오르게 되었으니 이제 개종을 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고, 어떤 사람은 스님들이 중생구제를 위해서 속세로 내려와야지 속인들보고 절을 지키러 올라 오라는 법이 어디있냐고 핀잔을 주었다. 나는 그저 좋아서 폭포소리만큼 우렁차게 그리고 시원하게 웃어 주었다.

 

 

   내원암이 친일파 후손들에 의해 소송을 당하고, 현실적으로 빼앗길 위기에 몰리자 사회각층의 동지들이 내원암 수호 등반대회라도 한번 해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를 모아서 단행한 등반대회였다. 나는 수락산의 절경이 빚어내는 초가을의 아름다움보다 내 옆을 같이 해주는 그분들의 마음이 더 아름다워서 취해 있었다.  그날 2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 것은 종교가 같아서도 아니었고, 이익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릇된 것을 바로 잡겠다고 아무런 이해관계도 갖지 않은 사람들이 뜻을 같이 해준 것이었다.

 

 

   매월당이 은거했던 금류폭포 위에 내원암은 1000년의 역사를 송두리째 내보이며 우리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원암 주지 스님은 그날 내원암에 내려오던 수백년된 목어를 한마리 내놓고서 우리를 맞았다. 나무 물고기 - 평생 뜬눈으로 잠들지 않는다고 해서 수행자들의 상징이 되었다는 목어가 마치 성성히 살아있는 의식으로 역사를 지켜보고 있는 이 사람들과 같다고 느껴졌다.

 

 

 

목어-doorskyj.jpg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을 거스르고, 죽은 물고기는 물에 떠내려 간다고 한다.  살아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근원을 향해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 처럼 수락산의 계곡을 거슬러 해발 500미터의 내원암까지 거슬러 올라온 물고기들. 조선역사 위에 드리워진 친일망령을 걷어내기 위해 지난 60년의 세월과 가파른 바위비탈을 거스른  살아있는 물고기들은 그날 등반대회에 참석한 200명의 동지들일 것이다. 물의 비유가 말하는 것은 결국 시류일것이며 역사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분들과 '친일청산'을 목청껏 외치면서  살아있다는 것은 흐름에 거스르는 것이라고 몸부림하는 물고기의 파닥임. 너무나 눈부시게 빛나는 생명의 약동들을 보았다. 그날 밤 나는 쪽빛 동해바다 위로 힘차게 뛰노는 금빛 고래꿈을 꾸었다.

 

 

 

내원암-doorskyj.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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