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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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현충원과 가이즈카 향나무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

 

 

52일 저녁, 평소 알고 지내던 김모 국회의원의 전화를 받았다. 김의원은 약각 들뜬 목소리로 뜻하지 않은 축하 인사를 전했다. “스님 축하드립니다. 지난번 제출하신 국립현충원의 일본나무 철거에 관한 청원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뭔가 정신이 아득한 느낌이었다. 세상은 그렇게 한 발짝 나가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서울 동작동에 위치한 국립현충원은 대한민국의 순국선열을 모신 일종의 성지이다. 이곳에는 이승만,박정희, 김대중 등의 역대 대통령과 상해임정요인, 독립운동가 등이 애국지사 묘역에 잠들어 있다.

 

몇해전 봉선사 승려출신의 독립운동가이자 상해 임정요인이었던 운암 김성숙 선생이 국립묘지에 안장된 일이 있었다. 그때 몇분 스님들과 안장식에 참가 하기 위해 국립현충원을 방문했다가 좀 놀랄 만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상해 임정 요인이 안장된 애국지사 묘역으로 가는 길에 가이즈카 향나무(Juniperus chinensis Kaizuka )라고 불리는 수종이 수천 그루나 식재되어 있는 것이었다.

  

가이즈카 향나무는 우리나라의 전통 향나무와는 완전히 다른 수종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조경수로 왜향나무 혹은 나사백이라고 불리운다. 우리나라 전역에 이 나무가 퍼지게 된 것은 일본과 깊은 연관이 있다. 1909년 이토오 히로부미는 순종 황제와 함께 대구에 갔을 때 가이즈카 나무를 기념식수 했다고 한다. 그때 심은 나무가 대국 달성공원 한쪽에 지금도 남아 있는데, 이 때 이후로 가이즈카 향나무가 유행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가이즈카 향나무는 일제강점기 일본인 거주지역이나 행정관청 등에도 집중적으로 심어졌고, 그런 관습은 해방이후에도 이어졌다. 한때 고가 주택지나 행정관청, 학교 등에는 가이즈카 향나무가 식재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과거 전통수종에 대한 무지로 인해 벌어 진 일들이었다고 하더라도 국립현충원까지 일본 수종인 가이즈카 향나무에 오염되어 있는 것은 독립운동가와 순국선열들에게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취지에서 나는 2012년 국립현충원 일본 나무 철거에 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모두가 여기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이른바 나무가 무슨 죄냐는 반박이었다. 나무는 나무일뿐이지 거기에 무슨 가치를 부여해서 철거해야 하느니 마느니 하는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못 마땅한다는 취지였던 듯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무를 심는 행위는 대단히 가치 지향적이라는 것이다. 이토오 히로부미는 왜 순종황제와 함께 기념식수를 할 때 일본 수종인 가이즈카 향나무를 선택한 것일까? 그것은 조선 땅에 일본 문화를 이식한다는 의미를 담은 특별한 의미를 담은 정치행위 아니었을까?

 

내가 가이즈카 향나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도 나무가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반 민가나 통상의 공원에 가이즈카 향나무가 심어진 것이 잘못되었다는 취지도 아니다. 가이즈카 향나무가 가로수로 수천그루나 국립현충원에 심어져 있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독립운동가가 영면(永眠)하고 있는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공간에 한 두 그루도 아니라 수천그루씩 일본을 대표하는 조경수가 식재된 사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국립현충원측도 이런 문제들을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전 국립현충원은 외래 수종이 국립현충원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 20123040년 수령의 독일가문비나무와 스트로브잣나무 등을 제거하고 우리 고유의 소나무로 대체했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현충원 안에서 자라는 외래수종을 전통 소나무로 계속 바꿔 나갈 방침을 밝히기도 했었다.

 

지금이라도 국회가 청원을 채택,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민족정신을 다듬기 위해 일본 수종을 제거하고 우리 고유 수종을 중심으로 새롭게 개선해야 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 진 것은 고무적이다. 아직 가이즈카 향나무가 제거 되기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대의기관이 철거로 방향을 설정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주변에 아직도 남아 있는 일제잔재가 뿌리 뽑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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